나는 캐나다에 이민 온 후 다시 간호사를 할 마음을 먹고 난 후에 바로 알버타 놀퀘스트(Norquest) 칼리지 LPN 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남들은 업그레이딩, pre requisite코스를 듣느라고 보통 1년 이상을 소비하게 되는데, 나는 한국에서 간호사를 했던 경력과, 다행히 필요한, 아이엘츠 점수도 있었어서 지원하고 나서 4개월 뒤 바로 PN 과정에 들어갔다. 나는 인터내셔널 널스들을 위한 리프레셔 과정을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일반 PN과정을 선택했다. 이유는, 한국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한 지 너무 오래된 것도 있고 해서 정규과정을 다 공부해보고 싶었기에 그렇게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리프레셔 과정을 했었어야 했다는 결론이다.
LPN 되는 과정 및 총 드는 비용 1편 바로가기
LPN 시급, 되는 법 바로가기
캐나다 간호조무사, HCA 정보 및 경험이야기 바로가기
LPN 프로그램 자퇴를 한 이유
첫 학기가 시작되고 4개월간, 매일매일 내가 영어를 정말 못하는구나 싶었다.
소심, 유리멘털인 나는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갔고, 오픈코스로 수업을 미리 들어놓고 시작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것도 몰랐어서 한꺼번에 7개의 코스를 듣다 보니 정말 공부할게 하도 많아서 미칠 지경이었다. 게다가 집안일에 치이고, 이사도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더욱 힘들었다. 영어는 못했지만, 간호학은 전에 공부했던 거라서 그런가 열심히 공부를 못했어도 어찌어찌 B이상으로 패스는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디스커션 시간이라던지, 랩시간에 현지 학생들과 조를 짜서 공부하게 되었을 때면, 정말이지 입이 떨어지질 않았고, 나는 점점 더 위축되어가기만 했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들과, 나의 생각과 불안들, 일상의 피곤함과 지침은 쌓이고 쌓여서 결국 학교에 가는 것만 생각해도, 한숨이 나고, 우울하고, 공포스럽기까지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한 학기가 끝날 무렵, 놀퀘스트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해 버렸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물론 학교에서는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돌아오는 건 어떠냐, 상담사를 붙여주겠다는 등, 자퇴를 고려해 보라고 했지만, 나는 정말이지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돌아오더라도 다른 과로 돌아오고 싶었다.
자퇴 후 PN 프로그램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한 학기만 겨우 끝내고 PN프로그램에서 나온 후 한동안은 이사 후 짐 정리도 하고, 한국에서 가족들도 오고, 여러모로 바빴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니, 앞으로의 진로를 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는 싫었고, 다른 이민자들처럼, 어디 가서든 일을 시작해서 현지 사람들과 부딪히고, 이 캐나다라는 나라에 진짜 들어가 살아 보고 싶었다. 한국에서 이민 온 후, 이민자들을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무료 영어 클래스 (LINC ; Language Instruction for Newcomers to Canada)를 다닌 것과 널싱프로그램 4개월을 다닌 것 말고는 캐나다 생활을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었었다. 그래서, 어디서든 일을 하기로 하고, 이곳저곳을 두드려 일을 하기 시작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부터 레스토랑 서버까지, 그렇게 1년 정도를 일하고 나서 느낀 점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일을 한다고 해서 자신이 없던 영어가 확 느는 것도 아니었으며, 캐나다 문화에 대해 더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미니멈웨이지를 받고 일하니,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ESL을 듣고, 다시 널싱프로그램으로 들어가로 했다. 물론 널싱 말고 다른 프로그램도 알아보고 지원까지 했지만, 여러 번 고민하고, 알아본 결과, 내가 안 되는 영어로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것은 널싱이라는 결론이었다.
또다시 찾아온 위기
나는 지난번처럼 자퇴라는 결정을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어떻게 널싱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다시 들어가기 전에, 어떤 형태로 프로그램을 해야 할까 고민을 해봤는데,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풀타임 인퍼슨 (in person), 파트타임 온라인 또는 인퍼슨, 리프레셔가 있었다. 나는 우선, 그때 즈음 홈케어 HCA로 일을 하고 있었던 터라, 학교와 일을 병행하고 싶었다. 또 나는 스트레스에 아주 취약한 편이라, 내가 감당할 할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건 파트타임 온라인, 내가 듣고 싶은 코스를 내가 직접 골라서, 스케줄을 짤 수 있었고, 학교에는 시험이나 랩이 있을 때만 가면 되었었다. 전에 한 학기 들었던 것은 크레딧을 받았기 때문에 그다음부터 이어서 하면 되었었고, 무언가 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물론, 막상 시작하고 나니, 자꾸 게을러져서 생각했던 것보다 졸업이 많이 늦어졌었다. 한 텀에 적어도 3,4과목 이상 들었어야 했는데, 두 과목 이상은 수강하지 않게 되었고, 실습시간도 안 맞아서 자꾸 딜레이가 되었다. 늦어졌던 이유 중 하나는 잠깐씩 랩이 있는 코스를 위해 학교에 갈 때면, 불안감이 높아지고, 그중 아주 톡식 했던 인스트럭터가 있었는데 그 수업을 들으면서, 정말이지 매일이 지옥 같았어서, 잠도 못 자고 시험을 보다가 패닉상태가 오고 그래서 정말 다시 그만두어야 하나 싶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냥 그만두지 않기로 했고,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이용했다. 학교 상담사하고 만나 상담도 받고, 인스트럭터에게 나의 고충을 솔직히 이야기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이야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그 코스가 끝났고, 한동안 날 괴롭히던 불면증과 불안증은 곧 잦아들었다.
끝내고 나니..
누군가에게는 조금 더 쉬웠을 과정이 나에게는 힘들었다. 힘들었던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거는 기대와 내가 실제로 만들어내는 결과에 차이가 있었고, 환경과 언어에 대한 끝없는 두려움과 불안이었다. 이민 와서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려면 디폴트로 탑재되어 있을 것만 같았던 두려움을 넘어서는 도전하는 자세와 용기는 나에게 그냥 주어지지 않았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불안감에 떨며 잠못이루지 못한 수많은 밤들과, 문득문득 올라오는 우울감을 이겨내니 드디어 끝내지더라. 그리고 LPN으로 일한 지 1년. 여전히 영어는 어렵고, 사람을 대하고 케어하는 건 언어와 상관없이 어디에서든 힘들지만, 현장영어는 일에 익숙해지니 조금 할만해지고, 학교 다닐 때보다는 덜 스트레스받는다는 점, 다문화 국가인 캐나다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90프로 이상이 나와 같은 이민자라는 점, 그래서 그런지 학교 다닐 때보다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이 사실이다. 매달 모기지에 생활비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던 내 통장은 조금씩 세이빙이 되다 보니 이제야 정말 캐나다에 정착한 것 같았다.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어떻게든 과정을 끝내고 LPN이 된 것이 다행스럽고 감사하다. 요즈음 캐나다 전체에서 외국에서 간호사였던 RN들이 등록을 쉽고 빠르게 해 주도록 정책이 바뀌고 있는 것 같던데 나에게도 기회가 있을지 도전해 봐야겠지만, 혹 잘 안 되더라도, 크게 실망할 것 같지는 않다.
'Canada life, LP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캐나다 이민 10년만에 시민권 딴 이유, 영주권, 이중국적이야기 (0) | 2023.09.02 |
---|---|
캐나다LPN이야기 - 컬인식 (call in sick)과 관련된 에피소드 (0) | 2023.08.11 |
소심하고 끝없는 불안감이 가득한 집순이의 영어와의 사투 (0) | 2023.05.11 |
캐나다,미국 간호사들이 투잡, 쓰리잡을 갖는 이유 (0) | 2023.05.03 |
캐나다 LPN의 하루 루틴, assisted living 간호사 (0) | 2023.04.29 |
댓글